[칼럼] ‘아무거나’가 익숙한 당신에게
- 한국심리협동조합
- 5월 7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월 31일

‘아무거나’가 익숙한 당신에게
송현정
남편 생일에 선물을 보낸 아이들이 ‘아빠의 반응을 알려달라.’고 했다. 선물을 열어보는 남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서 아이들에게 보냈다. “아빠는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서 선물을 고르는 게 쉬워. 엄마는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어려워.”,“영상을 다섯 번이나 봤어. 내가 고른 것을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기분이 좋아져서.”라는 답을 받았다. 영상을 본 아이들이 전한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당신은 어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표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인가?
욕구란 먹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과 더불어 ‘내 노력을 인정받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함께 하고 싶다’ 등 다양하다. 욕구를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더 친밀하게 한다. 또한 욕구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원하는 삶이나 가치를 명확하게 한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이나 대인관계에서 욕구를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상사가 회의 중에 내가 하는 말을 계속 끊는다면 ‘존중받고 싶은’ 나의 욕구가 ‘무시 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존중받고 싶다.’ 보다 ‘짜증 난다.’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우리는 왜 욕구를 알아차리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까?
사회적으로 욕구를 표현하면 이기적이고 유치하다는 인식이 있다,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민폐다.’라는 문화에서 욕구를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문화에서 욕구를 말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어린애처럼 구는’ 행동으로 여겨지고 욕구는 ‘억제해야 할 주장’이 된다. 어릴 때부터 자기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기대나 욕구에 맞춰서 살아왔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수 있다. 또한 욕구를 표현했는데 반복적으로 혹은 상처가 될 만큼 외면당한 경험이 있다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감추고 상황에 맞추기도 한다. 이렇게 억눌린 욕구는 왜곡된 감정을 일으키거나 때로는 관계 갈등으로 돌아오고 진정한 연결을 방해한다.
감정 아래 숨겨진 욕구를 인식하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존중하는 방식이며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시작점이다. 물론 욕구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상황에 부적절한 욕구 표현은 관계를 더 어렵게 한다. 이럴 때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변화가 시작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자. 그 욕구는 더 나은 일, 더 나은 관계를 향한 첫걸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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