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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에도 근력 운동이 필요합니다

최종 수정일: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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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도 근력 운동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경제(심리학 박사)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이 부러지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단단해 보였던 마음도 예기치 못한 시련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때로는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우리 사회가 이러한 마음의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당연히 돌봐야 할 건강의 한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심리상담은 더 이상 낯설거나 어려운 일이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한 당연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졌습니다. ‘정신병’이라는 편견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홀로 끙끙 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 마음에 감기가 찾아오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불면과 같은 마음의 불편함을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이는 우리의 인식이 ‘문제’의 발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리’의 차원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심리상담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마음을 가꾸며 살아갑니다. 이는 마치 건강한 신체를 위해 헬스장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다가 근육통을 느끼거나 가벼운 염좌, 타박상을 입으면 우리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운동을 시작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과정 역시 이와 똑같습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갈등, 상실감은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깁니다. 심리상담은 이처럼 다친 마음을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진단하고, 치유하며, 회복을 돕는 치료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상담사는 안전하고 신뢰로운 환경 속에서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깊이 탐색하도록 돕고,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여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줍니다.



 더 나아가 심리상담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바로 ‘예방’이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복잡한 인간관계, 가정 내의 갈등, 예기치 못한 사고나 이별 등 인생의 파도는 끊임없이 우리를 덮쳐옵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해결책을 찾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평소 마음의 근력을 꾸준히 단련해 놓는다면 어떨까요?



 예방적 차원의 심리상담은 바로 이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상담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며 그 감정의 뿌리는 무엇인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한 의사소통 방식, 갈등 해결 능력, 스트레스 관리 기법 등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대비하는 ‘마음의 백신’을 맞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부상 방지를 위해 스트레칭과 기초 체력 훈련에 매진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음을 가꾸는 일은 몸을 가꾸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 섬세하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건강을 점검하는 지혜는 더욱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심리상담은 더 이상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수적인 자기 관리 도구입니다. 마음의 건강검진을 받듯, 마음의 PT를 받듯,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르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릴 때,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삶의 여정을 더욱 단단하고 유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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